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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보통이 아닌 여자, 호란의 옷장

Date October. 02. 2013   Comment 0 Comment

여자의 옷장에는 무엇이 있을까? 날개처럼 가벼운 원피스와 특별한 날을 위한 드레스, 몇 해 전 생일 선물로 받은 머플러와 우울한 날 스스로에게 선물한 예쁜 모자… 나만의 비밀스러운 취향과 이야기들이 그 은밀한 공간 안에 있다. 쉽게 상상할 수 없는 여자 호란의 옷장을 열고, 그녀가 사랑하는 특별한 옷과 소품들을 꺼내보았다.  


엄마는 패션에 대한 기준이 남다른 분이셔서 자기 생각에 아닌 옷은 절대로 사주지 않으셨어요. 제가 다섯 살 때 무지개 치마가 무지 갖고 싶어서 빽빽 울면서 떼를 썼는데 엄마는 저런 촌스러운 옷은 절대로 안 된다고 딱 자르는 걸 외할머니가 사주셨대요. 그 치마만 달랑 입고 좋아서 웃는 사진이 지금도 남아있어요(웃음). 초등학생 때 제가 입었던 어머니 취향의 옷들은 마돈나나 김완선 씨가 입었을 법한 그런 옷들이었죠. 진짜 내 옷장이라고 할 만한 걸 가져본 건 중학생 때부터였어요.

저는 데뷔하기 전에 평상복이 지금보다 더 화려했어요. 무대에 너무 서고 싶은데 설 수가 없었으니까요. 무대의상보다 더 무대에서 입을 법한 옷들을 입고 다녔죠. 벨벳으로 된 스판 미니 원피스인데 어깨선은 타조 깃털로 뒤덮여 있는 무대 코스튬 같은 옷을 입고 학교에 다니면서도 저는 제가 되게 멋있는 줄 알았어요. 지금 생각해보니 좀 민폐였던 거 같긴 해요. 만약 무대가 없다면 저는 지금도 그렇게 입고 다니겠죠.

동대문에서 구입한지 6년 이상 됐을 거예요. 평상복으로도 입고 집에서 잠옷처럼도 입는데 그대로 무대에 올라가도 아무런 위화감이 없는 옷이에요. 실제로 예술의전당 공연에서도 입었죠. 제 스타일을 잘 보여주는 옷이지만 정말 몸에 잘 붙는 옷이기도 해요. 자주 만나는 친구들은 지겹다고 그만 좀 입으라고 구박도 하고요. 그런데 여자들은 그렇잖아요. 이 옷이 나한테 정말 잘 어울린다고 확실할 때는 어딜 가도 당당하고 위축되지 않고 생각도 자유로워지거든요. 



저랑 굉장히 친한, 제 결혼식까지 다 맡아서 진행해주신 분이 만들어주셨어요. 화보 촬영 때 입고 정말 맘에 들어서 구입하고 싶다고 말씀드렸더니 선물로 주셨어요. 이거 한 벌 있으면 파티에서든 무대에서든 정말 잘 쓰겠다 싶었거든요. 
내가 생각한 공연의 콘셉트, 무대의 느낌과 의상이 정말 잘 어울린다, 바로 그림이 그려진다는 확신이 있을 때가 있어요. 그럴 때는 옷이 공연의 완성도에도 좋은 영향을 주죠. 같은 체중이라고 해도 자기가 뚱뚱하다고 생각하는 여자와 자기가 글래머라고 생각하는 여자의 태도는 다를 수밖에 없어요. 그리고 태도가 다르면 그 여자의 인상도 달라질 수밖에 없죠. 자기를 잘 알고 자신이 아름답게 보일 수 있는 최상치의 모습을 만드는데 옷은 평상시에도 정말 큰 역할을 해요. 



성악을 전공하신 시어머니께 선물로 받은 옷이에요. 원래는 어머니가 무대에서 입으시던 롱드레스였는데 제가 리폼을 했죠.


어머니는 여성스러우면서도 잘 보면 과감한 멋이 있는 스타일을 좋아하시거든요. 그런데 제 시누이는 굉장히 단아한 스타일이에요. 그러다가 어머니와 취향이 통하는 제가 시집을 가니까 그렇게 좋아하시더라고요(웃음). 이거 손 봐서 입어도 되냐고 여쭤봤더니 너 하고 싶은 대로 다 하라고 호탕하게 허락해주셨어요. 이 옷 말고도 80년대 빈티지 스타일의 아름다운 블랙 드레스도 정말 좋아해요. 아르누보 풍 넥라인이 진짜 예쁜데 언젠가 무대에서 꼭 입으려고 해요. 부부 동반 파티에서 입어도 괜찮을 것 같고요. 이런 경우에는 이런 옷을 입어야겠다고 미리 생각해두는 것도 중요하지만, 언제 어디서 어떤 목적의 자리에도 무조건 성공적이라고 믿을 수 있는 옷 한 두 벌을 계절마다 옷장 속에 정해놓고 있는 것도 좋아요. 실용적으로도 도움이 되지만 그런 옷을 생각해둘 수 있다는 건 내 취향과 내 몸, 내 스타일에 대해서 제대로 알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니까요! 



남편과 1박 2일로 일본 여행을 갔다가 자라에서 산 옷이에요. 정말 어렵게 짬을 내서 기분 좋게 데이트를 하다가 오빠가 티셔츠를 하나 사고 싶다고 해서 들어갔는데 오빠는 안사고 제 것만 샀어요(웃음). 사실 뚱뚱해보일거라는 공포 때문에 흰색은 피하는 컬러였는데 올 여름에는 진짜 잘 입고 있어요. 자라 같은 패스트 패션 브랜드, 좋아해요. 오래 입을 수 있는 옷을 찾기는 힘들지만 낯선 패션들을 시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것 같아요. 저는 상체가 큰 편이라 늘 셔츠를 기피했거든요. 차라리 핏을 제대로 잡아주거나 쉬폰으로 라인을 가리는 옷을 선호했는데 이런 브랜드에서 조금씩 도전을 해보니까 티셔츠 중에도 어떤 스타일은 나한테도 잘 어울리는지 알겠더라고요. 그러다가 안목이 생기면 좋은 옷에 도전해볼 수도 있죠. 보통은 평생 가도 한 번 걸쳐볼 일이 없을 것 같은 파격적인 옷들도 몇 만원에 경험해볼 수 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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